종심(從心)의 나이를 넘어서니 세월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무력감은 점점 더 해만 가고 안타까움만 남을 뿐이다.
혹시 누군가가 지난 세월들을 다시 살아볼런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 올시다. 두 번 다시 살 자신도, 용기도 나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하겠다.
삶의 고단함을 잊기엔 망각보다 더 좋은 약이 없었다.
앞만 보고 달려 온 나날들에 그저 감사 할 따름이다.
산골 출신인 내 처지론 상급학교는 꿈도 못 꾸었는데, 어엿이 의사가 되고, 교수도 되고 또 박사가 되어있는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외톨이로 혼란했던 사춘기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참 의아스럽게 생각된다.
용케도 궁합이 맞는 아내를 만나서 오늘날까지 잘 버텨왔다.
둘이서 이런저런 모진 병들을 앓았지만 죽지않고 살아 온 것에 오로지 감사할 따름이다.
남매가 다 의사가 되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볼 때 마음이 든든하다.
이 나이 들어 자식 걱정 안하고 살아가는 것도 큰 복으로 생각된다.
산꼭대기에 오른 사람이 저 아래 세상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처럼 요즈음 들어 자주 뒤를 되돌아 봄은, 나도 인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가 보다.
서산 넘어가는 청춘을 보지 못했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흘러간 세월을 원망 만 할 수 없는 노릇, 오로지 나머지 남은 날들을 어떻게 유익하게 보낼까?
어떻게 보내면 멋진 노후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가 요즈음의 화두다.
오랜 세월 동안 예수를 믿어 알게 된 것은 감사하며 즐겁게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기뻐 뛰며 춤추며 즐겁게 살아가는 인간을 제일 좋아 하실 것 같다.
춤이란 격식에 맞춰서 추는 춤이 아니라 저절로 등실 등실 우러 나오는 흥겨운 춤.
그런 춤이 바로 성령충만에 흠뻑 취해서 추는 기쁨의 춤이 아닐까?
요즈음 부쩍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가수 장 은숙의 “함께 춤을 추어요"! 다.
함께 춤을 추어요, 행복한 춤을 추어요.
멀리 사라진 날을, 이대로 잊어버려야 해요.
당신의 검은 머리엔, 어느새 하얀 꽃 피고
당신의 웃음 속엔 눈물자국이 있어요.
함께 춤을 추어요, 행복한 춤을 추어요.
잊어버려요, 당신의 슬픈 이야기들은
신(神)이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 니체(F.Nietsche)는 일상을 초월한 초인(超人)이 되어서 춤을 춤으로서 구원을 완성한다고 하였다.
춤추는 인간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자요, 자기를 사랑하는 자요, 영혼을 살찌우고 삶을 사랑하는 자로서, 자기의 운명을 사랑하는 참 자유인이라고 역설하였다.
예수를 믿어서 구원 받고 초인이 되어도 구원되데 그 절정(絶頂)은 춤일 것 같다.
믿으면 구원 받아 기뻐서 춤을 추는 반면에 초인이 된 기쁨으로 춤을 춤으로서 스스로 구원받는 것 같다.
이런 구원관에 동조하고 있는 나도 혹시 포스트 모드니즘(postmodernism)이나 종교 다원주의자가 아닐까? 하고 자문해 본다.
하얀 고깔 고이 접어 춤을 추는 승무(僧舞)에서도 구원을 향한 인간 고뇌의 승화를 보게 되고 제의(祭儀)에서 혼을 잃고 춤추는 원시인들 에서도 신적 경지를 엿보게 된다.
그런 경지는 해 넘어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놀다가 어머니가 부르면 집으로 곧장 달려가는 어린 아이들 같기도 하다.
나도 남은 세월, 신나게 춤을 추다 부르심을 받으면 곧장 하늘나라로 달려가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