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먼지를 털어 내자. 설치한지 얼마 안된 보일러가 고장이 잘 나 겨울만 되면, 서비스 받느라 바쁘다.
고장 날 때마다 수리하는 사람이 와서는 부속품 몇 개 갈아 끼우고는 쏜살같이 가버린다.
그런 후 며칠만에 요행히 잘 작동되다가 또 고장이 나기 일쑤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석유 배달하는 인부를 달래서 보일러 기계 내부 청소를 말끔히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예상한데로, 먼지 닦고 공기 빼고 찌꺼기를 다 뺀 그 보일러는 일년 내내 고장나지 않고 우리 집을 따뜻하게 하여 주었다.
이번에는 컴퓨터의 경우다.컴퓨터의 입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프린트를 할 즈음에는 짜증이 난다. 프린트기계가 작동되다가도 멈추고 골칫거리다. 이때도 보일러의 경우와 같이 기지를 발휘한다. 컴퓨터전문가를 불러서 기계에 묻은 먼지를 말끔히 털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나서도 말 안 들으면 고장으로 간주하겠노라고... 아니나 다를까? 먼지를 털고 말끔히 청소한 컴퓨터는 신통하게도 작동이 잘된다. 이렇게 보일러와 컴퓨터가 고장이 나고 애를 먹인 것은 수년동안 쌓인 먼지와 찌꺼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체도 정밀한 기계와 같다.
워낙 정밀하여서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그 몇 분의 일도 알지 못한다. 하물며 영혼의 작용에 있어 서랴! 기계가 정밀하면 할수록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듯이, 우리인체도 잘 다스려야함은 신이 우리에게 부과한 의무이다. 그래서 성경은 "네 영혼이 잘됨같이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리라"고 말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갈고 닦아야 한다. 육체를 적당히 운동시키고 또 끼인 때를 벗겨주어야 하듯이 우리의 영혼도 낀 먼지를 자주 털어 주어야 한다. 우리의 영혼 속에 끼인 이기적인 마음, 집착심들, 오욕칠정(五欲七情)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본래의 나, 청정한 나로 되돌아 가야한다.
거울 속의 먼지를 다 털어 낸 다음에야 내가 더 잘 보이듯이, 내 마음속의 먼지를 다 털어 내면 내가 더 잘 보인다. 이와 같이 내 본연의 나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요, 삶의 목적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여 우리의 영혼 속에 끼인 먼지를 없앨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게 되는 고난으로 가능하다. 마치 한 자루의 보검이 불과 물 속에서 반복되어 담금질한 연후에 빛나는 칼이 되듯이 우리의 영혼도 고난의 풀무에서 연단 된 후라야 먼지가 끼이지 않은 맑은 고상한 영혼이 正金같이 배출될 수 있다.
마침내 우리의 참 생명이 苦難(고난)과 試鍊(시련)과 슬픔의 날을 겪은 후에야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고난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되고 또 고난, 그것을 씨뿌리는 계절로 잘 활용케 되는 것이다. 오로지 인생의 풍성한 수확을 위하여....! 1996,1월 24일 통일 라이온스클럽 제 15주년 기념 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