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긋지긋한 가뭄을 끝내준 장마도 물러나고 잠못 이루는 열대야가 연일 계속 된다.
선잠을 자다 눈을 떠보면 시계는 새벽을 가리키고 몸은 땀으로 흥건하다.
밤새 돌아가는 선풍기를 멀리하고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피난 아닌 피난을 간다.
그리고 또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을 잔둥 만둥, 한동안의 짧은 꿈을 꾸고 난 후에는 허둥지둥 아침 출근길이 바쁘다.
이렇게 여름은 두려운 계절이요, 건강을 헤치기 좋은 계절이다.
오죽하면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날 "내 더위, 네 더위"하며 더위를 팔았을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하니 그저 시원한 곳을 찾게되고 찬 음식에다 생활 리듬은 흐트러질데로 흐트러지고 또 몸을 지탱 해 주던 자율신경에 조절 장치가 고장나서인지 온갖 불편한 증상이 느껴진다.
몸은 무기력하게 되고 머리는 뻐근, 가슴은 답답, 만사가 귀찮고 밥 먹기조차 싫어진다. 옆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신경질이 폭발하고 초조, 불안해 지는 것은 여름이 가져 다 주는 선물이요, 나만이 느껴보는 감정일까? 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전에 사용해보지 못 했던 문명의 이기들을 너무 과신하다가 배탈이 나서 고생하는 경우 등을 자주 보게됨은 참 안타까운 일 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잘 살게 되면 병들도 사라지고 없어져야 될 터인 데도 그게 그렇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새로운 세균은 물론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우리 의사들을 긴장하게 하고 또 우리의 생활 패턴이 변함에 따라 병도 그 모양을 달리 해서 우리를 괴롭히고있다.더위 먹어서 오고 또 더위란 스트레스로 오는 신경증상들은 또 얼마나 많은고!!
열탈진에다 열사병으로 아까운 목숨까지도 잃었다는 뉴-스는 오늘도 나를 우울하게한다. 미역을 감던 학동은 물론, 그의 누이까지도 같이 익사했다는 기사는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슬픈소식들이다. 또 바다 생선회를 잘못 먹고 비브리오 감염으로 입원했다는 소식도 같이 들려오고, 이질등의 수인성 감염병으로 배탈이 나고 설사병도 유행이란다.이렇게 열대야의 여름밤이 얼룩진 소식들로 가득 차고, 이런 저런 소식들로 지내다 보니, 열대야도 깊어가고 한여름 밤의 짧은 꿈후에는 또 다른 새벽이 나를 맞아준다.
그러나, 오로지 이런 밤일수록 그리워지고 또 꾸고 싶은 꿈이 나에게는 따로 있다.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을 훌쩍 떠나서 어느 호젓한 산사로 가서 게으르게 빈둥빈둥 며칠을 보내는 꿈이던지, 아니면 어느 외딴 시골정자에 올라 배잠방이에 부채질하며 옛 선비인양 호연지기를 기르며 서산으로 지는 낙조를 쳐다보면서 삼매경에 빠지는 꿈이면 더더욱 좋으리라.
그리하여 이 삼복 더위에도 건강을 지켜주시고 행복을 실어다준 하나님께 마냥 감사 드리고 한여름밤의 짧은 꿈으로 인해 즐거움에 겨워 빙그레 웃음짓는 열대야가 마냥 지겹지만은 않구나! 2001.7월 경북대학교 병원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