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란 말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성취해 가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중세 유럽에서 자살이나 교수형을 할 경우 목에 줄을 건 다음, 딛고 서 있던 양동이(Bucket)를 발로 찼던 관행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황혼 나이에 들어선 요즈음, 문득 나의 버킷 리스트는 과연 무얼까? 를 자문하게 된다.
죽기 전에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막상 목록을 작성해 보려니 선뜻 생각나는 게 없다.
젊었을 때의 꿈이 다 이루어져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닐게다.
하기야 젊었을 때 가졌던 꿈이란 게 별로 없었고, 굳이 있었다면 의사가 되야겠다는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슈바이처같이 훌륭한 사람이 되야지 하는, 원대한 포부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그 당시엔 가정 형편이 너무 안 좋았고 지지리도 가난해서 의사가 되면 밥 먹고 살기가 쉬울 것 같아서 의대를 지망했을 따름이다.
나는 참 신비로운 체험을 한 바 있다.
꼭두새벽에 들었던 몇번의 음성들이 그것이다.
의사인 나의 생각으론 그것들이 환청(幻聽)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의 나는 소명(召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그 소리들이 너무나도 분명하고 호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만의 비밀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
왜냐하면 남에게 예기해 봤자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오히려 황당하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꿈들 중의 하나가 ‘황무지를 장미원으로 만들어라‘ 라는 것이다.
그 소명들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내 나름대로 무척이나 노력해 왔다.
포항 선린병원에 외과를 창설한 것, 대구에서 성당외과의원을 개설한 것, 교수로 변신하여 경북의대(慶北醫大)에 가정의학과(家庭醫學科)를 창설한 것 등은 모두 다 황무지를 장미원으로 변모시킨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은퇴 후 모교 보건소에 초빙교수 겸 의료자문교수로 부임, 낙후된 보건소를 의원화(醫院化)하여 또 하나의 예쁜 장미원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장미원은 50 여년이 다 되가는 우리 가정이다.
아직도 예쁜 마눌 장미가 있고 딸 장미, 아들장미들과 어울려 귀여운 손자, 손녀 장미들이 서로 어울려 꽃을 피우며 향기들을 내뿜고 있다.
하기야 버킷 리스트를 굳이 말해보라면 소망하는 게 있다.
첫째, 내 인생 녹슬지 않도록 평생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둘째, 골프 칠 때 시원하게 장타(長打) 좀 날리고 싶다.
젊은이 보다야 멀리 날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나이 또래의 어느 누구보다 비거리(飛距離)를 내고 싶다.
구력(球歷)은 40여년이 다 되가지만 기본이 덜 돼서인지 점수도 별로고 해서 기가 죽고 주눅들때가 많다.
이전에는 장타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었는데 나이들수록 비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스코아도 나빠지기만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몇 번 장타를 낸 적은 있지만 왜 그토록 멀리 날렸는지 나도 모른다.
다만 멀리 보낼 잠재력만은 있는 것 같다.
얼마든지 호쾌한 장타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연습에 연습을 해 보지만 생각 따로 몸 따로, 도통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가끔 골프치(稚)가 아닐까? 하고 의심도 해본다.
하지만 정신일도(精神一到) 하사불성(何事不成)이요, 일신(日新), 일일신(日日新) 또(又) 일신(日新)하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꿈과 열정이 있는 한 언젠가 이루어 지리라 믿는다.
호쾌한 장타를 내는 날, 나의 몇 십 년 묵은 체증들이 깡그리 사라질 것 만 같다.
골프 때문에 기죽은 인생, 나도 낸다면 낼 수 있다! 라고 어깨 힘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이빨 악다물고 땅이 꺼져라 골프채를 내리친다.
마음속으론 힘을 빼야 한단데 힘! 이라고 중얼대면서 말이다.
아, 언제 나도 장타치면서 싱글소릴 들어볼꼬?
그래서 에이지 슡(age shoot)이라도 하게 된다면 여한이 없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데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셌째, 대금(大笒)한 번 멋있게 불러보고 싶다.
한복을 맵씨있게 입고 대금을 부르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 가락들을 구성지게 소리 내 보고 싶다. 나이 들면서 점점 우리 것들에 매력을 느끼는 건, 나의 뿌리때문일까? 아니면 나도 늙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