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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책과 함께 가는 인생길
이름 이정범
작성일자 2022-12-12
P.S. 아레 글은 2006년  "애송시와 함계한 wllbeing 건강컬럼" 을 발간 후 어느 여 기자와 interview한 것 을 최근 internet에서 수록 된 것을 발견하여  따온 것임


의사는 원래 책과 가깝다. 학창시절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었고, 의사가 된 이후에도 평생 책을 읽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물론 의사들 스스로도 ‘의사’와 ‘독서가’를 별로 동일시하지 않는다. 왜일까? 본지는 의사들의 독서 이야기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통해, 이런 편견 혹은 진실에 도전해 본다. <편집자 주>


이정범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Nur wer die Sehnsucht kennt,
Weiβ, was ich liede!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내 이 그리움을 알진저!

- 괴테, ‘그리움’ 중 일부

이정범 교수가 독일어로 명시 ‘그리움’을 유창하게 읊는다. 고등학교 때 갈고닦은 독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은 셈인데, 사실 시에 얽힌 사연 때문에라도 절대 잊지 못할 시이기도 하다.

“제가 본과 3~4학년 때 아내하고 연애를 했는데 이게 잘 안 풀리더구먼요, 그래서 길 걷다가 이 시를 독일어로 읊었죠. 그때 아내가 독일에 관심이 제법 있어서 그랬는지 저를 보는 눈길이 좀 부드러워지더라고요.”
이렇게 어릴 때부터 시를 좋아해서인지, 얼마 전 낸 칼럼집에는 지역 신문에 연재하던 건강칼럼과 함께 애송시도 빼곡하게 박아 넣었다. 저작권 문제로 오래 된 시들이 주로 실렸지만 그의 취향 역시 이렇게 오래도록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시들이다.

“김소월, 김춘수…, 이렇게 예전 시인들이 좋습니다. 지금은 돌아간 구상, 천상병 시인도 좋죠. 릴케, 괴테 같은 독일 시인, 미국 시인 프루스트…, 젊을 때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그랬는지 시를 읽으며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그래선지 삭막하게만 보이는 요즘 의대생들이 걱정이다. 가끔 수업에서 “IQ만 높으면 뭐하냐, 의사, 특히 가정의학과 의사는 EQ가 높아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시를 읽을 것을 종용하지만, 그때만 고개를 주억거릴 뿐 별다른 반응은 없다고.

조용한 건강검진센터 진료실에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펴든다. 어릴 때부터 책은 좋아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두툼한 영한사전을 상품으로 받았는데 그걸 들고 10리, 4Km가 넘는 읍내 서점에 가서 얄팍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하고 바꿔 읽었죠. 그때 뭘 알고 그랬는지, 그걸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지금도 내용은 물론 당시 감정까지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시절 그의 감성을 사로잡은 것이 베르테르의 비련이었다면, 고등학교 때 그를 사로잡은 것은 노국공주와 공민왕이었다. 월탄 박종화의 소설 <다정불심>에 푹 빠져든 것이다. 그래서 요즘 TV드라마 ‘신돈’이 방영되는 것도 반가울 정도라고.

그는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칼 힐티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를 고등학교 때 만났다. 지금도 이즈음이 되면 다시 이 책을 펴든다. 읽을 때마다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느낌이라 해마다 한 번씩 스무 번 넘게 정독하고 있다.

“밥 씹어 삼키는 것처럼 문장 하나하나를 다 읽고 있어요. 내 성격, 인격의 많은 부분이 그 책을 통해 단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명 깊은 문장이 있으면 언제든지 노트에 옮겨 적었다. 지금은 컴퓨터로 꼼꼼하게 정리해둔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가 이번 책 출간에 많은 도움이 됐단다.

<청춘은 아름다워라>부터 한때 깊이 빠졌던 톨스토이의 작품, 에리히 프롬이 쓴 여러 작품, 안병욱 교수의 글……, 이정범 교수의 입에서 줄줄이 작가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요즘 작가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제목도 기억 안 나는 시시한 것들뿐이죠. <다빈치 코드>인가요? 그 책은 왜 읽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 낭비같이 느껴졌고. 그래서 요즘은 책을 사게 되면 작가부터 보게 돼요. 역시 고전이 좋다는 생각을 확인하게 된다고 할까.”

그래도 얼마 전 읽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흥미롭게 ‘두어 번’ 읽었단다. 오랜만에 만난 ‘읽을 만한 책’이었던 셈이다. 앞으로 좀더 두고 보면 더 좋은 책을 쓸 가능성도 보이는 작가라고나 할까. 시처럼 오래 오래 읽어도 싫증나지 않는 명작이 많아져야할 텐데, 허탕을 치면서도 새로운 책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이런 명작을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외로운 시절을 함께 지내왔던 것처럼, 그는 즐거운 요즘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어려울 때 함께 한 친구가 정말 좋은 친구이듯이. 이정범 교수에게 책은 속 깊은 오랜 친구다. ■

글 ·사진 김민아 기자 licomina@fromdoctor.com

이정범 선생이 추천하는 책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 칼 힐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청춘은 아름다워라 / 헤르만 헤세
다정불심 / 박종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부활, 전쟁과 평화, 안네 카레니나 / 톨스토이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건전한 사회 /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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