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들어서도 잊지 못해 가끔은 보고 싶고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 사람이 몇몇 있다.
그 중의 한 분이 전 영창 교장선생님이시다.
나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전 영창이라는 이름은 나의 뇌리에서 도저히 지울 수 없었고 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중의 한사람이시다.
님은 나의 은사이시요,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분이셨다. 님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을 뿐더러 대학도 엄두도 보냈을 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의과대학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중고교를 다니던 시절은 이 나라가 무척 못 살았고 또 불안한 시절이었다. 4.19 학생혁명에다 군사혁명으로 이 나라가 여러모로 어지러웠었다.
그런데 나의 행운이었을까? 다행히 거창고등학교에 입학하여서 가난했던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앞날의 꿈을 꾸게 해 주신 분이 바로 전 영창 교장선생님이었다. 이분은 나에게 청운의 꿈을 가지게 한 분이었고 참된 예수의 정신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 준 분이었다. 어둠을 물리치고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가지고 정직하게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승리는 반듯이 자기의 것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고 또 이 사실을 몸소 실천하시면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분이었다. 이것이 곧 나의 “거고정신(居高精神)”이 되어 이 힘으로 여태까지의 모든 난관을 헤쳐 나가게 해 주었고 또 의사로서의, 의원개업을 했던 원장으로서의, 의과대학 교수로서의, 종합병원의 과장으로서의 역할을 무난히 마치고 고희(古稀)가 넘은 이 나이가 되어서도 현재 경북대학교 보건진료소에 초빙교수 겸 의료자문 교수로 남아서 일하게 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성경 속의 의인(義人)들이란 바로 이런 분들이 아니었을까? 바로 전 영창 교장선생님과 같은 분,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들에게 설교를 해주셨던 원 경선 이사장님, 그리고 가까운 친구라고 자주 말씀하시던 부산 복음병원 원장이셨던 장 기려 박사님!
이런 훌륭한 분들을 닮아가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면서 살아 왔건만 닮기는커녕 거창고등학교 졸업생으로서 행여 학교 명예를 더럽힌 적은 없는가? 하고 한 번 더 반성해 보면서 초라한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
거고(居高)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