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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엔 남아공에서 개최된 월드컵 축구를 관전하느라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지만 무척이나 행복했던 한 달이었다. 축구라면 나도 할 말이 많아서 나의 축구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농촌에서 자란 촌놈인지라 나는 구기(球技)라곤 축구밖에 모른다. 그것도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 어른 주먹만 한 고무공을 가지고 축구놀이를 한 기억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큰 공으로 축구를 해본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축구에 대해서 별 관심도 없었고 축구가 재미있었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지금은 교수가 되어 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있지만, 나도 젊은 시절 한동안은 외과의사가 되어서 개업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온갖 열악한 조건하에서 큰 수술을 하여 환자를 입원시켜놓으면 그 날부터 환자가 퇴원하고 나갈 때까지 혹시 무슨 탈이 생길까봐 온갖 조바심으로 안달하면서 매일매일을 보냈다. 그 스트레스란 수술을 해 본 의사만이 알 수 있으리라. 그런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불면의 밤을 보내 개운치 못한 머리도 식힐 겸 인근 운동장엘 가서 공을 차게 되었는데 우연히 나에게 날아오는 공이 내 이마에 정통으로 맞아 아주 멋지게 슛 골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 순간에 느꼈던 짜릿한 쾌감, 전율! 이것은 말로서는 도저히 표현 할 길이 없는,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신나는 이벤트(event)가 되어 나에게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격려해 주는 동료들의 함성과 더불어 온갖 복잡함으로 가득 찬 머릿속이 헤딩(heading) 한방으로 봄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축구란 바로 이런 맛으로 하는가보다 라고 생각되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인근 청년들을 모아 조기 축구회를 결성하여 틈만 나면 축구를 하게 되었고 축구로 내 젊은 정열을 바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느덧 의사축구선수로 변신하여서 의사들이 주최가 되는 축구시합의 주전 멤버로서 참가했는가 하면 또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있는 아마추어 축구클럽들을 초청하기도 하고 그곳에 원정을 가기도 하여 젊음을 맘껏 불태웠다. 또, 대구시의사 동호인들이 모여 YMCA의사축구단을 결성하여 이웃 일본 구마모도(熊本) 의사 축구팀과 친선 게임이 시작되고 1980년도 6월에는 불안정한 국내의 정정(政情)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도일(渡日)하여 그 첫 골을 본인이 골인시켜 원정경기에서 승리했을 때의 그 기쁨은 지금까지도 기분 좋은 추억의 하나로 남아있다. 그 후 오늘 날까지 약 30년이란 세월을 일본 의사 팀들과 번갈아 상대국을 방문하여 친선게임을 함으로서 서로 간에 우의를 다졌음은 물론 국제축구선수(?)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고 일본 나들이를 틈타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관광도 덤으로 많이도 하였다. 이렇게 젊음을 축구와 함께 보내다가 어느덧 세월은 흘러 교수정년을 바라보는 어느 날에 젊은 판검사들과 친선게임을 하다가 오른발 아킬레스인대가 파열되어 수술까지 받게 되고 퇴원하여 목발을 집고 교회에 출석하니 목사님이 회중 앞에 나를 세워 놓고 늙은 교수가 제 나이도 생각하지 않고 무모하게 축구를 하다 다치게 되었다고 질책까지 받고 보니 이제야 말로 축구를 그만 할 때가 되었구나! 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축구화를 벗어던졌다. 되돌아보건대 축구는 내 젊음을 송두리째 앗아갔을지 모르지만, 그로인한 나의 청춘은 더욱더 값지고 신나는 나날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찬란했던 내 청춘도 속절없이 가버리고 어느덧 희끗 희끗 백발이 성성해지니 내 마음은 마냥 쓸쓸해지기만 하는구나! 그래도 젊었을 적의 연인을 잊지 못하여 세월이 지나서도 마냥 그리워하듯 축구에 관한 일이라면 귀가 쫑긋 해지는 것을 볼 때,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직까지도 축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고, 이로보아 내 청춘의 불씨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직 다 꺼지지 않고 타고 있는가 보다. 그 누가 말했던가?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따름이라고 …. 오늘도 나는 축구를 예찬하노라. 축구에게 영광 있으라. 축구여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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