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두보(杜甫)시인의 "백학사(柏學士)의 모옥(茅屋, 초가집)"이란 시구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마땅히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하나 그 방법이 문제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을 때 대충해서 빨리 읽어버리고 마는 속독가(速讀家)가 있는 반면, 신문, 잡지 같은 것을 읽을 때도 아주 천천히 글자 한자 안 놓치고 읽는 사람도 있다.
속독가의 일례를 들면 이조 현종(顯宗)때 김득신(金得臣)이라는 독서광이 있었으며, 그에 의하면 읽은 편명(篇名)의 횟수까지 적은 독수기(讀數記)를 남긴'사기(史記)백이전(伯夷傳)만 해도 11만 1000번을 읽었다고 하며, 이를 기념해 그의 서재의 이름도 억만재(億萬齋)라고 제호(題號)할 정도로 속독가이었고, 미국대통령이었던 고(故) 케네디 대통령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주는 속독가로서 그 많은 분량의 보고서와 신문들을 속독으로 다 읽어서 하루하루의 바쁜 업무를 처리하곤 했다고 들었다.
반면 한자 한자를 천천히 읽으면서 그 뜻을 다 음미하며 책을 천천히 읽은 대표적인 사람이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선생으로서 정독가(精讀家)의 대표가 될 만하다.
예로서 유배지에서 둘째 아들 학유(學游)에게 준 글을 읽어보자.
그가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내가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해서 잘못 깨달은 바가 있는데, 헛되이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천 번 백 번을 읽더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고 하였다.
그가 주장한 독서법은, 한 글자라도 모르는 곳이 나오면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깨달아 글 전체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여러 책들을 가능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어떤 책은 속독법으로서 대강 훓어 본 책들이 많았고, 어떤 책은 일별(一瞥)하고 난 후 읽어 볼 가치조차 없고 괜히 시간만 낭비 한 것 같아 속상해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어떤 책은 읽고 난 후 괜히 읽어 봤구나. 라고 후회해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책으로는 임어당(林語堂)의 인생론(人生論)이라든지 생활의 발견, 단테의 신곡(神曲), 톨스토이의 여러 책들 및 그 외 여러 문학서적들을 두루 섭렵하였다.
한창 감수성이 강했던 중, 고교 시절에는 책을 읽다가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월탄 박종화 씨가 지은 “다정불심(多情佛心)”이라는 소설책 속의 공민왕과 노국 공주와의 애틋한 사랑이라든지, 춘원 이광 수씨의 소설 “흙” 등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아 뜨거운 감동을 맛본 나머지 나도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뜨거운 연애도 한번 해보고 싶었고, 이 사회를 위하여 몸 바쳐 일하고 싶은 마음이 그 몇 번이었던고!
그러나 나는 여기서 여러분들에게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 한 권이 있어서 단지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책은 지금까지 살아 올 동안 나의 인생관을 정립해 주었으며 나의 인생 길잡이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수십 번을 정독하고 또 묵상하였으며,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정례적으로 이 책을 읽고 또 묵상함으로 일 년을 보내는 양식으로 삼고 있는 책이다.
책이름 즉 칼 힐티（Karl Hilty）가 쓴 "잠 못 이루는 이 밤을 위하여(Fur Schlaflose Nachte)"라는 책이다.
칼힐티(1833-1909)는 스위스의 성자, 현대의 예언자로 불리지만 사실은 독일 괴팅겐 대학과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법률학과 철학, 역사학 등을 전공한 후 교수, 변호사, 재판장 등을 역임한 분이지만 신학자도, 성직자도 아닌 분이 어떻게 해서 하나님의 속성이나 성경 속의 내용을 그렇게나 해박하게 설명해주는지 나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우선 서문을 한번 읽어보자.
불면의 밤, 지루하고도 고통스러운 잠 못 이루는 밤이 왜 오는지를 아주 담담하게 서술한 후, 이 괴로운 밤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이고도 유익한 나의 밤으로 만들 수 있을까? 또는 잠이 안 와서 괴로운 이 긴긴 밤을 어떻게 하면 잠이 잘 오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힐티는 그 해결 방법으로 오직 착한 생각을 가져야하며, 이전에 잘못한 일이 생각나면 회개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불화 하는 인간과의 화해, 장래에 대한 뚜렷한 결심 등으로 하나님과 꾸준히 교감을 해야 하는데, 만일 이런 방법으로 밤을 보내면 우리 약한 인간에겐 무한한 힘과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께 의지하게 되며 마치 성안에서 살아가듯이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살게 되며, 잠이 오지 않는다고 결코 당황하거나 방황하지를 말고, 깨어있을 동안에는 항상 무언가 옳고 신성한 일을 생각하고 항상 하나님과 같이 하여야만 멋지고 신나는 밤을 보낼 수 있다고 단언한 저자는, 요즈음 흔히 보는바와 같이 의사가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수면제 등의 알약 따위나 주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보라는, 풋내기의사보다는 훨씬 신뢰가 가는 긍정적인 길인 것 같다,
인생이 가장 행복해 지는 길은 신(神)과 함께 있으면서 신과 동행하는 것으로서, 저자는 기독교회에서 강력하게 주창하는 십자가에 의한 만인의 속죄(贖罪)를 찬성하지 않는 대신 속죄란, 각 개인이 스스로가 속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신을 믿고 개인이 끊임없이 신을 향하여 한 발작 한 발작 다가가야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12개월, 365일을 매일을 묵상하고 신과 인간들과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되 결코 신과의 관계를 끊지 않고 유지하도록 우리들은 매일매일 신께 나가기 위하여 노력해야하며 매일을 묵상하면서 실천하면서 나아가도록 365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예를 들면 1월 1일에는 모든 자질구레한 작은 일, 인생의 소소한 근심과 괴로움 등을 다 접어 버리고 위대한 것에만 전념하고 살아가자는 것이 1월1일 자의 소망이며, 각 성경 구절에 비춰서 어디까지나 성경구절을 예로 들면서 설명 묵상하고 일 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는 이제부터는 오로지 정의와 선에 봉사하겠다.라면서
본성의 자연스러운 충동과 경향으로 언제나 정의와 선만을 생각하겠다. 라고 단테 신곡의 연옥 편제 27곡과 요한복음 14:16,17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인도해주신 신에게 감사드리라고 충고해주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로는 성경 신약 요한복음 5장 6 절의 ‘네가 낫고자 하느냐!’의 구절로, 진정 건강해지려면 신께 의지하고 귀의하여야 영육(靈肉)간에 건강해지며 병이 나을 수 있음을 갈파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신에 인도되는 생활과 세상의 보통생활과의 차이를 설명하고 신의 길을 걷고 있으면 불안이나 많은 휴양도 필요 없고 어떤 고난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시는 하나님이시기에 노약자들이나 병자들도 늘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고 하면서 건강한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훌륭한 일을 이룩하는 일이 많다고 갈파하였다.
대구 경영자 독서모임, news letter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