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생활을 한다는 것과 등산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흡사한 데가 있다. 산은 능선이 있고 능선을 따라서 높이 오를수록 가파르고 오르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지만 높이 올라 갈수록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힘들어한다.
어떤 사람은 너무 힘들다면서 더 이상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하산하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산정(山頂)이 가까이 보이고 또,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서 산꼭대기에 다다르게 되면 이제는 산 아래 세상이 저만치 눈 아래 보이며 올라왔던 수고도 깡그리 잊게 되고 기쁨의 절정을 만끽하게 된다. 신앙의 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러 연유로 인해 믿기 시작했던 믿음이 때로는 세상 재미에 푹 빠져 방황하기도 하고 믿음에 대한 의혹이 생겨 신앙을 포기하고픈 생각이 날 때도 있다. 실제로 잘 믿다가도 중도에서 그만두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가끔 보게된다.
이런 점에서 믿음과 등산은 닮은 데가 있다. 산을 오를 때 3부 능선쯤 올라가다 보면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다가 5부, 8부 능선쯤 올라 가다보면 숨은 더 거칠어져 중도에서 잠깐 쉬어야 하는 것같이, 신앙의 길에도 여러 믿음의 층계가 있어서 층계에 따라 많은 난관과 유혹이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가 체험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성경은 먼저 믿음을 가진 후에는 미덕을, 미덕에 절제와 지식을, 지식에 인내와 경건을, 경건에 이웃사랑과 만인을 사랑해야 한다고 믿음의 여러 단계를 암시하고 있다. 신앙의 길에 입문하는 제일 아래층인 믿음과 미덕의 단계를 지나 절제와 지식의 단계쯤이 산으로 치면 5부 능선쯤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이 때가 믿음의 일차고비로서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을 내야지 잘 못하면 믿음을 잃고 세상 유혹에 빠지기 십상일 것 같다. 또 경건은 7부 능선쯤 되지 않을까? 믿음이 완성되는 단계는 이웃사랑과 만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최고의 단계로서 산으로 말하면 맨 꼭대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일단 산꼭대기에 오른 후에는 지금까지 올라오느라고 힘들고 가쁜 숨을 헐떡이던 것을 다 잊어버리고 야호! 를 목청껏 외치면서 기쁨을 만끽하는 것처럼, 신앙에서도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만인을 사랑하자면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웃 간의 모든 불화와 갈등, 증오 등을 깡그리 용서하고 잊어버리게 되는 레테(Lethe)의 강물을 건너야만 비로소 가능해질성싶다. 그렇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의 고지를 열심히 올라가야만 비로소 믿음의 산정인 이 세상 천국이 바라보일 것 같다. 천국은 '침노(侵擄)'하는 자만이 차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의 뫼(山)로서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 라는 시조가 있는 것처럼 믿음도 부단히 노력하면 결국은 믿음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못할 것 같지만 일단 믿음의 정상에 다다르면 지상 천국에 다다르게 되고 그 곳에서 행복의 샘물을 실컷 얻어 마실 수 있다. 이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생활은 기쁨의 세계가 전개되고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여의(如意) 순탄해지며 우리는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하나님만 찬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이때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짐은 물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맘속에서 저절로 샘솟아 올라와 시성(詩聖) 단테는 이러한 경지를 읊조리되 "오! 기쁨이여, 희열이여,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여!" 라고 신곡(神曲) 지고천(至高天)에서 노래하고 있다. 천국을 향한 부단한 노력 끝에야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같이 우리도 필사적인 노력으로 믿음의 정상을 정복하여야겠다. 그리하자면 경건, 절제를 몸소 시행하여야 함은 물론,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 란 말씀을 굳게 믿고서, 우리는 오로지 진리로 허리를 불끈 동여 메고서 가슴에는 정의로 무장을 해야 함은 물론, 팔에는 믿음으로 방패를 삼고 발에는 평화의 복음으로 신을 신고 성령의 칼을 높이 들고 구원의 투구를 쓰고서 천국 백성이 되기 위하여 열심히 믿음의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믿음의 길만을 달려 갈 때만이 비로소 주님이 주시는 빛나는 믿음의 면류관을 차지할 수 있음은 물론, 밝고 환한 천국에서 내 이웃들과 함께 기뻐 뛰며 주님과 함께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땀을 흘려야만 비로소 산꼭대기에 올라 갈 수 있고 그곳에서 기쁨의 쉼을 얻는 것같이, 필사의 노력으로 요단강을 건너야만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차지 할 수가 있고 그곳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대구 기독문학 제2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