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시중에 유행하는 말로 구구팔팔이란 재미있는 말이 있다.
소위 99세까지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하게, 팔팔하게 살아가자는 뜻인 것 같다. 그 반대로 팔팔구구는 88세를 살되 병치레하면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 것으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는 않은 것 같다.
사람은 25∼30세를 정점으로 서서히 신체 기능이 줄어들다가 30세를 지나면 체내 생리적 균형을 맞추는 항상성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중에는 쭈글쭈글한 50대가 있는 반면 아직도 팽팽한 7-80대들을 많이 본다.
기름치고 닦고 조인 차가 오래 쓰듯 인간의 몸도 관리하기에 따라 그 성능이 달라지나 보다. 노화학자들은 인간 수명의 70%는 개인의 행동이나 습관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주민등록증에 찍힌 나이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생물학적 나이 또는 생체나이라는 것이다.
인간 수명의 결정에서 유전적인 영향은 30%이고 70%가 후천적이라고 하며, 관리만 잘하면 100세 이상 살 수 있는 시대가 오지만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건강한 100세를 위한 각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2006년 세계보건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7.5세이며 여성은 81세, 남성은 74세로 미국(남75세, 여 80세)이나 영국(남 76세, 여 81세)에 가깝고 현재 연 평균 0.5세씩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2005년 말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하는 459만 명으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였고 2020년에는 노인 인구가 20%에 진입하는 초고령 사회가 예상돼,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람은 왜 늙을까? 현재까지 노화의 원인에 관하여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고 다만 이에 관한 가설이 수백 가지 이상이 발표되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가설도 크게 세 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내적 인자인 유전자에 의해 생명체의 노화와 수명이 예정되어 있다는 노화 예정설이고, 둘째는 여러 가지 해로운 인자들에 의한 생체물질의 손상이 축적되어 노화에 이른다는 유해인자 손상설이다. 마지막으로는 위의 두 가설을 통합하여 하나의 가설로 발전시킨 노화의 통합 모델이다.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그 대표적인 것만 알아보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전학설로서 인명 재천 (人命在天) 즉, 죽고 사는 것이 하늘에 달려있고 목숨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학설이다. 부모님이 오래 사셨으면 나도 그만큼 오래 살 수 있다는 가설이다. 장수 집안에 장수하는 사람이 나는 걸로 보아서 사람은 모름지기 핏줄이 좋아야 오래 사는가 보다! 유전적으로는 어머니 보다 아버지의 수명이 장수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푼(Poon)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세포가 분열하지 않게 된 상태를 ‘세포 노화’라고 하는데 세포 노화의 원인에 대하여는 유전자에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하는 프로그램설이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틸로미어(Telomere) 가설’이다. 정상 세포의 유한성과 이를 극복한 암세포의 세포 분자 생물학적 현상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는 1978년 브랙븐(Blackburn)과 골(Gall)에 의하여 첫 보고된 "틸로미어"의 발견이며 이 분야에 많은 연구가 계속되어온 결과 틸로미어가 세포의 노화와 암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생명체의 유전자는 다양한 내부 또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손상을 받으며, 이러한 DNA 손상은 DNA 복제과정에서 돌연변이를 발생시키고 전사기전을 저해하며, 그 발생 위치에 따라 종양세포의 발생, 세포노화, 세포주기의 비정상적 조절, 신호전달체계의 훼손, 세포사멸 유도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DNA의 염기손상 가운데, 사이토신(cytosine) 탈아미노 반응으로 생성되는 유라실(uracil) 염기와 이에 따른 핵산대사 관련 효소들의 반응기전이 면역 체계의 주요 원리인 항체다양성 형성에 필수적인 요소임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또 하나의 획기적인 연구로서 노년학 분야의 학자들은 레오나르드 헤이플리크(Leonard Hayflick)가 제안한 노화 세포 모델을 가지고 40년이 넘게 연구해 왔다.
이 모델의 핵심은 모든 세포들이 정해진 횟수만큼 자연적으로 분열하다가 분열이 최대한도에 도달하게 되면 세포는 노화되고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헤이플리크의 모델에 동의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델로는 노화의 본질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DNA나 단백질 합성 때 오류가 중복되어 노화가 일어난다고 하는‘오류파국설’, 활성 산소가 DNA 등에 해를 미치기 때문이라고 하는 '활성 산소설' 등이 있다. 유리기(遊離基)설은 활성화 산소에 기초한 가설로서 이 활성산소는 살아가면서 우리 몸을 무리하게 혹사할 때 체내에서 생기는 몹쓸 산소인데, 이 산소가 많은 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과산화지질과 동맥경화증의 원인으로서 이 활성산소의 역할이 규명된 바 있다. 대사산물 축적설은 우리가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신진대사가 이루어지는데 나쁜 노폐물이 쌓이고 쌓여서 이 노폐물이 체내 장기에 나쁜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장기가 노화된다는 이론이다. 마모 설은 글자 그대로 기계를 오래 사용하면 닳아 없어지듯 우리 인체도 나이를 더해감으로 말미암아 장기들이 자꾸 닳아 노쇠해진다는 것이다.
체내 호르몬 변화 설은 사람이 젊을 때는 그에 맞게 젊은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늙어지면 호르몬의 샘이 메말라져 적게 나오거나, 아예 나오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다. 단백질 가교 결합 설은 조직을 유지하는 영양분이 단백질이 도맡아 하는데 이 단백질들이 서로 엉겨 붙어서 단백질로서의 구실을 못하게 되어서 드디어는 장기들이 병든다는 가설이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비밀! 이것은 인간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신의 영역이 아닐까? 사람이 늙어가되 어떻게 살아가는 길이 바람직한 삶일까? 구구팔팔도 좋지만 멋지게 늙어 서 은발 휘날리는 멋진 노인을 상상해 본다.
이제는 다가올 노령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적극적 노화의 시대에서 바야흐로 성공적 노인층 즉 G-세대층의 도래가 중요시되었다. G-세대란 세월을 겪어 희끗해진 머리(Gray), 많은 경험에서 얻은 우아함(Grace) 및 부드러움(Gentle), 끊임없는 생산력으로 가족부양과 현재의 업적을 이룩한 위대함(Great)으로 평가되는 은발 날리는 "실버"(silver)세대들은 성공적 노화를 이룬 분들로서, 누구나가 일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아가길 꿈꾸고있다. 리처드 밀러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050년경에는 마치 오늘날의 60대 노인처럼 정력적이고 생식력 있는 100세 노인 그룹의 탄생을 예견했다. DNA 손상이나 산화스트레스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포가 직면하는 갖가지 손상을 막을 수 있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이 밝혀질 것이란 가정 때문이다. 현재 실험실에서 포유동물 수명을 40% 쯤 늘릴 수 있는 만큼 50년 뒤면 인간 역시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수명이 40%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세대라고 불리워지는 백세인들(centenarian)에 따르면, 이 분들은 대부분 혈당, 콜레스테롤, 당뇨병 등의 지표에서 매우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고 또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건강하고, 밝고, 잘 웃으며 내향적인 성격을 갖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사교적이고 독립적, 낙천적이어서 힘든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며 가족, 친구, 친지 등 주변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잘 맺고 운명에 순응하는 성격을 가졌으며 평생 뚱뚱해진 적이 없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데다 신경증 환자가 없이 종교생활을 잘하며 은퇴 후에도 파트타임 일이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 꾸준히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이었고, 대개 장수집안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들은 힘닿는 한 꾸준히 움직이고 일을 열심히 한 결과 뼈가 튼튼하고 혈관이 깨끗하며 성기능이 보통 왕성하였으며 치아가 건강하고 찌고 데친 음식을 잘 먹고 호르몬 관련 암에 잘 걸리지 않는 것 등의 특징들을 가지고 '나이와 젊음은 별개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계획적인 노후를 설계해가면서 멋진 인생을 꿈꾸는 노인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멋진 G-세대의 꿈을 가지려면 우리는 늙지 않고 늙는 것을 예방하여야한다. 노화 방지의학의 주 요점은 암을 예방하고 건강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당뇨병, 심장병 등의 만성질환, 흡연, 음주, 과로, 호르몬, 영양과 체중, 체력과 운동, 일과 스트레스, 시력, 청력 등의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 피부와 외모, 환경 및 유전 등을 꼽으며 100여가 지의 생체 지표를 측정해서 모자라는 호르몬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등을 보충하고 주 5회 이상의 적절한 운동도 아울러 권장한다. 미국 크로스연구소의 하먼(Harmon) 소장에 의하면 사람은 평균 65세가 되면 심장병 당뇨병 등의 만성병에 시달리게 되지만 이런 병이 없이 건강한 노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장수비결로서 신체상태를 최적상태로 유지시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이 건강의학의 목표로 삼고있다. 장수의학에서 가장 괄목할 이론으로는 소식하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이론인데,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하임코엔 박사에 의하면 칼로리 섭취를 줄였을 때 수명이 연장되는 이유는 노화된 세포가 스스로 자살하는 세포사멸(apoptosis)억제 유전자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백세인들을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쾌변(快便), 쾌면(快眠), 쾌식(快食)은 아주 중요하며 세끼 식사시간이 항상 규칙적이며 일정하고 저녁 식사시간이 이르고 성격적으로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또 사람의 16가지의 성격 중 자기 주장과 고집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고 반드시 스스로 생각하고 확인하는 성격, 낙천적이고 편안한 성격, 실용주의적 성격 등의 4가지 타입이 장수에 긍정적이라고 조지아 대학의 레너드 푼이 발표하면서 노령화 시대에 잘 대비가 되어있는 사회에선 장수가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선 오히려 오래 사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고 푼 교수는 말하고 있다. 최근 뉴스위크지의 건강 백세 비결로는 혈압, 혈당 등의 수치를 정확하게 알고 매일 매일 목표를 세우고 운동하며,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며, 참다운 인생관과 삶에 대한 열정을 갖고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가지며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데는 어디 이 길 뿐이랴! 시인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이란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라고 말하면서 꿋꿋한 용기와 열정, 영감과 꿈이 있다면 100세라도 젊게 살 수 있다고 읊조리고 있다. 비록 우리의 육체가 노쇠해지더라도 마음만은 젊음을 유지할 때 20대에 못잖은 젊고 발랄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일체유심조 (一切 唯心造)라.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구구팔팔의 정신을 가지고 우리 한번 백세까지 인생을 멋지고 젊게 살아 보세나!
2006. 12. 28 대구시 의사회 건강 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