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행전 2장 17절-
헤밍웨이(E. Hemingway)의 소설 ‘노인과 바다’ 에서 노인 산티아고는 항상 사자 꿈을 꾼다.
마침내 대어를 낚고야 만다.
그리곤 온갖 시련과 절망을 겪은 후 절규한다.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라고!
큰 꿈을 꿨던 장군 맥아더(D. Macarthur)도 외친다.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더더욱 꿈꾸는 노인은 늙지 않는다. 라고!
어느새 나도 종심(從心)의 나이를 넘어 중노인이 돼 버렸다.
야속한 세월 탓만 할 수 없는 노릇.
남은 세월을 생각하니 안타까움만 남는다.
나의 꿈들은 지금쯤 얼마나 영글고 있을까?
나는 살면서 세 번의 신비로운 꿈을 꿨다.
새벽녘에 들려왔던 환청(幻聽)같은 꿈들이다.
그 꿈 하나하나를 꿀 때마다 그것이 나의 꿈으로 변했고 소명(召命)이 되었으며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 되었다.
내가 만약 이런 꿈을 꾸지 않았다면 삶이 목적지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았을 것이다.
출렁이는 파도와 깜깜한 바다에서 헤맬 뿐, 피안의 천국은 결코 바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건조해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는 그 꿈으로 인해서 소명이 생겼고 소망(所望)으로 화(化)했으며 삶의 비전(vision)으로 발전했다.
첫 번째 꿈은 “내 안(in Him)에 거하라.” 라는 꿈이었다.
꿈치고는 희한한 꿈이었다.
그 꿈을 꾼 즈음에는 이런 저런 유혹의 손길들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이 믿음을 버리고 딴 믿음을 택하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인박혀버린 이 환청 같은 꿈이 지금까지 믿음을 그대로 간직한 동인(動因) 이 되었다.
마치 손오공이 삼장법사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안달했던 것처럼 나도 그 분 손아귀를 벗어나려 발버둥 쳐보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계시(啓示) 같은 꿈이 소명으로 다가와 나를 항상 사로잡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어린애가 엄마 품을 못 떠나듯이 나도 그 품속에서 안주해 버렸다.
두 번째 꿈은 “네 보물을 하늘나라에 쌓아두라.” 는 것이었다.
꿈치고는 참 신비로운 꿈이었다.
꼭두새벽에 우렁차게 들려왔던 소리로 잠을 확 달아나게 한 이 꿈을 꾸고서는 한참 동안을 멍하니 일어나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좀이나 동록(銅綠)이 타지 않는다는 하늘 곳간에 내 보물들을 쌓아두라고?!
그 후론 선한 일을 하려 더욱 힘썼고 지금까지도 계속하지만 과연 하나님께서 보시고 만족하실는지 는 자못 의심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한다.
하기야 하늘 곳간에 나름대로 쌓아둔 보물들은 하나님만이 아실게다.
마지막 꿈으론 “황무지들을 포도원으로 만들어라.” 는 꿈이었다.
너무나 간곡하고 위엄 있는 소리가 마치 계시의 음성처럼 들려와서 항상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이뤄지도록 항상 묵상, 기도 그리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세월들을 반추해 보니 회한(悔恨)들이 많기는 하나 무(無)에서 (有)로, 황무지를 장미원으로 변하게 한 흔적들이 생각난다.
우선 집안 가족 대소사(大小事)는 물론, 지금까지 거쳐 온 여러 직장들을 생각하니 더욱더 그렇다.
살면서 내 주변 환경들이 호전되어 지상천국이 되면 죽어서도 천국으로 갈 것 같다.
그르려면 이웃을 더 배려해야만 하고 어떤 경우에도 다툼과 불평을 없이하여 흠 없는 인간이 되어서 저 하늘을 비추는 별처럼 이 세상에 찬란한 빛을 발하며 살아가야겠다.
시방(時方)도 나는 꿈을 꾼다.
혼신의 힘으로 노력하는 한 열매는 열리고 영글게 마련이다.
이 열매들이야 말로 바로 사랑의 열매요, 베풂의 열매요, 헌신의 열매가 아닐까?
이로 보아 나도 꿈꾸는 늙은이, 호모 솜니아토르(Homo Somniator) 다.
대봉교회보 생명나무 제 92회
